삼정

나만의 PKM 구축 방법: 생산성 도구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수많은 생산성 도구 속에서 흔히 빠지는 ‘생산성의 함정’을 피하려면 핵심은 도구가 아니라 흐름이다. PKM(개인 지식 관리) 워크플로우를 통해 정보 수집·정리·실행·리뷰가 순환되는 단순한 시스템이 완벽한 노트앱을 찾는 대신 지금 가진 도구들을 제대로 활용하는 진짜 생산성의 비밀인 것이다.

뜻밖의 메세지

며칠전 페이스북 메시지함을 열어보니 예상치 못한 메시지 하나가 들어와 있었다. 과거 출간했던『나과장의 에버노트 분투기』를 읽고 당시 도움을 받았다는 한 독자의 메세지였다. 더불어 최근 쓴 에버노트 관련글인 "에버노트와의 마지막 이별의 기록: 3000개의 노트를 삭제한 이유"를 보고 요즘 사용하는 생산성 관련 도구나 시스템에 대해 소개해 달라는 내용이었는데, 짧게 답변을 하다가 관련한 글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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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도구의 춘추전국시대

요즘 생산성 도구 시장을 보면 정말 혼란스럽다. AI가 붙은 노트앱, 블록 기반 에디터, 양방향 링크를 지원하는 제텔카스텐 도구들... 매주 새로운 "혁신적인" 도구가 등장한다. 유튜브만 열어봐도 "이 도구 하나면 인생이 바뀝니다!"라는 광고성 영상들이 넘쳐난다. 과연 그럴까?

나도 한때는 이런 도구들에 매료되어 이것저것 시도해봤다. 노트앱만 보더라도 원노트, 에버노트를 거쳐 노션이 나왔을 때는 "이거다!" 싶어서 모든 걸 옮겨보려 했고, 옵시디언이 화제가 되자 그래프 뷰에 감탄하며 또 다시 마이그레이션을 시도했다. 로그시크(LogSeq)도 써봤고, 크래프트(Craft)도 써봤고 좋다는 노트관리 도구는 거의 다 섭렵했다.

그런데 결과는? 도구 배우느라 정작 해야 할 일은 제대로 못하는 본말전도 상황이 반복됐다. 결론적으로 어느 순간 나는 이러한 소모적인 일을 더이상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Productivity Trap의 늪에 빠지다

이런 현상을 영어로는 'Productivity Trap'(생산성의 함정)이라고 부른다. 생산성을 높이려고 여러가지 도구를 찾아다니다가, 오히려 그 도구 학습이나 마이그레이션에 매몰되어 생산성이 떨어지는 역설적 상황 말이다.

예를 들어, 근래 개인적으로 가장 큰 함정에 빠뜨린 도구는 노션과 옵시디언이었다. 분명 좋은 도구다. 옵시디언의 경우 양방향 링크, 그래프 뷰, 무제한 확장성... 기능면에서는 정말 혁신적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제대로 활용하려면 마크다운 문법부터 시작해서 플러그인 설정, CSS 커스터마이징까지 배워야 할 게 산더미다.

이런 도구에 관심을 가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끝없는 욕심으로 좀 더 나은 작업환경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신기한 도구와 플러그인을 찾아다니며 소위 말하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도구를 사용하여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시간보다 도구를 익히고 셋업하는 시간이 더 많은 기형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돌고 돌아 다시 단순함으로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오랜기간 수많은 도구들과 서비스들을 겪으면서 몇가지 인사이트들이 생겼는데 아래와 같다.

약간 기능이 부족해도 가장 사용하기 쉽고 접근성이 좋은 도구를 선택하자.

이게 핵심이다. 그리고 나의 요구사항과 어느정도는 타협을 해야한다. 내 입맛에 딱 맞는 도구라는 것은 세상에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만약 그런 도구를 진정 원한다면 직접 만드는 수 밖에 없다.-_-

세상에는 이미 소위 전문가들이 특정한 목적을 위해 수없이 고민하여 만들어 놓은 좋은 서비스들이 널려있는데, 우리는 그중에서 입맛에 맞는 도구를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약간의 욕심만 내려놓는다면 말이다.

PKM(Personal Knowledge Management) 이란 용어가 생소한 분들도 있을텐데, 개인의 지식관리를 위해 일상생활에서 얻는 지식과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 저장하고 활용하는 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예를 들어, 수집>가공>실행>리뷰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PKM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이런식으로 구성해 볼 수 있다.

1. 구글킵 (Google Keep): 모든 정보의 수집함

  • 길 가다 떠오른 아이디어
  • SNS, 웹사이트등 나중에 읽을 링크들이나 유용한 내용들

2. 업노트 (UpNote): 메인 노트앱

  • 모든 아이디어의 정리
  • 직접 체득한 모든 사항들의 기록

3. 틱틱 (TickTick): 개인 할일 관리

  • 기록에서 나온 액션 아이템들
  • 개인적인 프로젝트와 루틴 관리

4. 에코태스크 (ecoTask): 업무용 할일 관리

  • 회사 업무에서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할일 및 프로젝트들의 관리
  • 실행 보고서 작성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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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도구가 아니라 흐름이다

이 4개의 도구들은 가장 기본적인 PKM을 위한 예시인데, 여기서 중요한 건 개별 도구의 성능이 아니다. 이 네 개의 도구 사이에서 정보가 자연스럽게 순환되는 구조를 만든 것이 핵심이다. 이 모든 것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수없이 많이 보아 왔는데 바로 위에서 말한 '**생산성의 함정'**에 빠지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구글 킵에서 수집된 정보중 필요한 정보는 하루에 한 번씩 정리해서 업노트로 넘어간다. 업노트에서 정리하다 보면 "이건 해야겠다"는 액션 아이템들이 나온다. 그러면 개인적인 건 틱틱으로, 업무적인 건 에코태스크로 보낸다. 그리고 실행한 결과나 배운 점은 다시 업노트로 돌아와 축적된다.

이러한 본인만의 순환 구조가 정립되면 "어디다 써놨더라?" 하며 헤매는 일이 없어지고, 모든 정보가 흩어지지 않고 한 곳으로 모이니까 필요한 정보를 즉시 찾아서 참고할 수 있다. 생각의 정리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게 되는 것은 덤이다.

새로운 도구에 대한 유혹을 이기는 법

지금도 새로운 도구나 서비스를 접하면 호기심을 가지고 항상 구경해본다. 기존에 사용하던 시스템보다 미려한 UI, 화려한 기능들로 나를 유혹한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 지금 시스템에서 해결되지 않는 명확한 문제가 있나?
  • 이 새로운 도구를 배우는 시간 대비 실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확실한가?
  • 기존 워크플로우를 완전히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닌가?

대부분의 경우 답은 "아니오"다. 지금 시스템도 충분히 잘 돌아가고 있으니까. 혹시 지금 생산성 도구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 이렇게 접근해보길 권한다:

  • 첫째, 완벽한 도구는 없다는 걸 받아들이자. 모든 요구사항을 100% 만족하는 도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 둘째, 기능보다는 사용 편의성을 우선시하자. 복잡한 기능이 많아봤자 결국 쓰지 않게 된다. 차라리 단순하지만 매일 쓸 수 있는 도구가 낫다.
  • 셋째, 도구들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라. 개별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서로 단절되어 있으면 정보가 흩어진다. 간단한 규칙이라도 정해서 정보가 순환할 수 있게 하자.
  • 넷째, 한 번 정한 시스템은 최소 3개월은 써보자. 도구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일주일 써보고 "이거 별로네" 하며 바꾸는 건 의미 없다.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내가 사용하는 방법을 보고 와 이런것도 되네? 라고 감탄하는 사람들을 나는 무수히 봐왔다.

생산성 도구는 결국 수단이다. 목적은 더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도구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도구는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실행하고, 피드백하는" 기본 사이클은 바뀌지 않는다.

혹시 지금과 같은 생산성의 춘추전국시대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면,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자. 내게 정말 필요한 건 새로운 도구인가, 아니면 지금 가진 도구들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인가?

대부분의 경우, 답은 후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