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모든 문제를 풀어줄 때, 나는 이제 뭘 해야 할까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시대,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답은 '문제를 출제하는 능력'이다. 창의성의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해결책을 찾는 게 아니라,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것이 진짜 창의성이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내가 AI에게 당황한 순간
ChatGPT같은 LLM을 처음 사용하면서 놀라워했던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게도 그런 경험들이 몇번 있었는데, 아마도 ChatPGT에 검색기능이 들어간 때였던 것 같다.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 관련 자료조사를 하고 있었다. 몇시간에 걸쳐서 자료를 모으고 이제 ChatGPT에게 자료를 넣어주고 요약을 시키려던 참이었는데, 문득 "그냥 GPT한테 자료조사까지 맡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내가 몇시간에 걸려서 찾은 자료보다 훨씬 더 상세하고 체계적인 자료들로 정리된 완벽한 문서를 몇분만에 만에 뽑아냈다. 그 순간 나는 허탈함과 동시에 깊은 혼란을 느꼈다. '그럼 내가 하는 일이 뭐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짜 문제
요즘 주변에서 "AI가 내 일을 대체할까 봐 걱정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런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여러가지 계기로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갖게 됐다.
문제는 AI가 우리 일을 빼앗는 게 아니라, 우리가 여전히 '문제 해결자'로만 자신을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푸느냐로 실력을 평가받아왔다. 수능도 그랬고, 회사 업무도 그랬다. 하지만 AI가 문제 해결의 99%를 담당하게 된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뭘까?
바로 문제를 출제하는 능력'이다.
창의성의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 창의성의 정의는 명확했다.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독창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느냐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AI가 모든 분야에서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지금, 창의성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이게 얼마나 혁명적인 변화인지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전 유튜브에서 본 재미있는 일화가 이 새로운 창의성의 본질을 꿰뚫는 내용으로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집을 내놓으려고 당근마켓에 올릴 사진을 찍으려면 쌓여있는 물건들을 치우고 청소를 해야했다. 그런데 AI에게 "지저분한 집 사진에서 집만 깨끗하게 만들어줘"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결과는 놀라웠다. 청소할 필요 없이 완벽하게 깔끔한 집 사진이 완성된 거다.
여기서 중요한 건 청소를 안 했다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은 '청소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이라는 기존 문제를 풀기위해 고민한게 아니라, 틀을 완전히 벗어나 '애초에 청소를 하지 않고도 목적을 달성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새로운 문제를 출제한 것이다.
문제 발견 vs 문제 출제의 차이
많은 사람들이 '문제 발견'과 '문제 출제'를 같은 의미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둘은 완전히 다르다.
문제 발견은 이미 존재하는 불편함이나 비효율을 찾아내는 것이다. "택배가 집에 없을 때 오면 재배송 받아야 해서 불편해"라고 느끼는 게 문제 발견이다. 반면 문제 출제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물건을 받는 게 가장 편할까? 아예 배송이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라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예시가 조금 이상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개인적으로 이 차이를 깨달은 건 최근의 일이다. 평소 점심시간에 뭘 먹을지 매일 고민하는 게 스트레스였는데, 처음엔 '맛집 검색 앱을 쓰는 방법'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애초에 매일 점심 메뉴를 고민해야 하는 게 맞나? 이 고민 자체를 없앨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니 완전히 다른 접근이 가능해졌다.
얼마전 포스팅했던 기획자의 PRD 작성법이 일종의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것은 그 이전의 어디 쯤엔가 있는 개념이다. 아무튼 이 문제 발견과 문제 출제의 차이는 알듯하면서도 꽤나 어려운 개념인 것 같다. (내가 관련한 글을 쓰면서도 아직 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럼 우리는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까?
첫째,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을 '뒤집어서' 보는 습관을 만들어보는건 어떨까?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도 "왜 내가 사람을 부르고 기다려야 하지? 사람을 안부르고 테이블에서 주문하는 방식은 왜 안 될까?"라고 생각해보는 거다. 아마도 이런 문제를 출제한 사람이 요즘 식당 테이블마다 설치된 주문 단말기를 만들지 않았을까?
둘째,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해보자. "출근이 왜 9시여야 하지?", "회사는 왜 한 곳에 모여 있어야 하지?", "학교는 왜 나이별로 반을 나누지?" 같은 질문들 말이다.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일단 질문부터 많이 만들어보는 거다.
셋째, 성공 사례를 볼 때 '어떻게 했나?'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새롭게 정의했나?'에 집중해보자. 우버를 보면서 "택시 앱을 잘 만들었네"가 아니라 "이동의 개념을 어떻게 재정의했을까?"를 생각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모든 혁신 뒤에는 새로운 문제 정의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문제 출제자가 되는 것이 생존 전략이다
솔직히 말하면 앞으로 5년 안에 AI는 대부분의 문제 해결 업무를 인간보다 잘하게 될 것이다. 이미 코딩, 번역, 디자인, 심지어 창작 영역까지 AI가 인간을 넘어서고 있지 않은가.
AI 시대에 살아남는 건 단순히 AI 도구를 잘 쓰는 게 아니다. AI가 풀 수 있는 문제를 계속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구글에서도 이제 컴퓨터공학 전공자보다 인지과학 전공자를 더 선호한다고 한다. 왜일까? 바로 인간의 인지 과정을 이해하고 새로운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결국 창의성의 정의가 바뀐 게 아니라, 우리가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영역이 바뀐 것이다. 해결사에서 출제자로, 답을 찾는 사람에서 질문을 만드는 사람으로 말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떻게 하면 AI를 이길까?"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AI에게 던질까?"를 고민하는 것이다.AI가 답을 주는 시대, 우리는 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바로 지금부터 말이다.